사이비 종교와 불륜과 선물 사기의 공통점
남에게 깜빡 속아 넘어갈 때, 속는 사람은 이 사람의 말이 '정말'이기를 바라는 심리 상태가 된다.
질병이나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에게 사이비 종교 교주가 '이 아이는 아직 죽지 않았다. 반드시 살아난다. 이 유체를 살아있는 아이라 여겨라' 하고 말했다고 하자. 그 부모는 어처구니없는 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이 정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를 잃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교주의 말에 의지해 미라가 될 때까지 유체를 방치하고 큰돈을 사이비 교단에 쏟아부었다고 하자 '그런 말에 속다니 이석다'고 간단히 말할 수 있을까?
어리석기 때문에 그 말을 믿은 것이 아니라 그 거짓말이 정말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믿은 것이다.
'아내와는 곧 헤어질 거랴'라고 말하는 남자와 분륜의 사랑에 빠진 여성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헤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위 사람이 보면 속은 것이 뻔한데도 본인은 남자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냐?' 하고 친구는 어이없어한다.
그러나 머리가 비정상이라서 믿은 것이 아니라 '그 거짓말이 정말 이기를 바랐기 때문에" 믿은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속는 사람은 그 거짓말을 믿고 싶어 진다. 나도 젊었을 때 남에게 속은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나는 큰돈이 필요했는데, 마치 그 타이밍을 기다렸다는 듯이 선물 거래를 하는 악덕업자가 나타났다. 거품 경제가 절정이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땅으로 재미를 보았던 시대다. 그의 영업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그 '그럴듯한 이야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심코 그가 입고 있던 셔츠의 소매로 눈이 간 순간, 소매에 있어야 할 단추가 떨어져 나가고 없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 그런 돈벌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이런 단추가 떨어진 셔츠를 입고 있다니 이상하다?'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은 시큰둥해졌는데, 결국 나는 그 의심에서 눈을 돌려버렸다. 알고도 속은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그 거짓말이 정말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추켜세운다'
콜드리딩에서는 더욱 교묘하고 섬세한 형태로 이 거짓말이 활용된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당신은 사람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면이 있는데, 그건 도움이 안 돼, 사실은 애정도 많고,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는데 그걸 다 보여주고 있지 않아"
이 리딩은 매우 자연스럽게 들리지만, 사실은 주도한 계략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직접적으로 '당신은 애정이 많고,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면 듣는 사람이 어떨까? '그런 입에 발린 소리에는 안 넘어간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애정이 많고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매력을 갖고 있지만 그걸 다 보여주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결코 추켜세우거나 입에 발린 소리가 인다.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한 것뿐이니까
아직 잠자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애정이 많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평가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그 잠재적인 장점을 겉으로 드러내려고 할 것이다.
콜드 리더는 '당신은 사람에 대해 마음의 문을 맡아버리는 면이 있다. 그래서 장점이 다 발휘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기 때문에 당신이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서 마음을 열어야만 한다'는 것이 된다.
이렇게 해서 당신은 무의식 중에 콜드 리더에게 쉽게 마음을 열고 만다. 콜드 리더는 바로 이 점을 노린다. 콜드 리더의 목적은 리딩에 대해서 처음에는 약간 회의적이었던 당신을 긍정적인 자세를 갖도록 하는 데 있다.
그래서 콜드리더의 의도대로 당신이 긍정적인 자세로 바뀌었다면 그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은 애정이 많고 매력적이어서 누구나 당신과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라는 거짓말, 즉 추켜세우는 말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 불륜, 선물 사기의 사례와 똑같은 원리가 여기에도 숨어있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문장 속에도 이런 목적이 담겨 있다는 것은, 콜드리딩을 모르면 쉽게 눈치챌 수 없다.
'보통 사람보다 ~하다'라는 덫
사이비 영적 능력자가 즐겨 사용하는 리딩 테크닉은 다음과 같은 단 한마디다.
"당신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영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이 말을 정말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요소가 이 문장의 어디에 있을까? 원래 영적 능력자나 점쟁이를 찾아가는 사람은 영적인 세계를 믿을 테고, 속으로는 '사실은 나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을지 모른다'라고 자부한다. 만약 반신반의한다 해도 믿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당신은 영적인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 기분 좋은 것은 물론, 그 말이 정말이기를 바랄 것이다. 이 트릭의 중요한 점은 '이 리딩을 상담자는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왜 부정할 수 없을까? 다시 한번 이 문장을 검토해 보자.
"당신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영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왜냐하면 자신에게 영적인 힘이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자는 영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내게 그런 힘은 없다'고 말한 시점에서 '그런 판정을 할 수 있는 자신은 영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실로 교묘하지 않은가
또 여기서 '보통 사람'이란 누구를 특별히 가리키지 않는다. '보통 사람'은 개념상으로는 존재할 수 없어도 실제로는 존재하이 낳는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비교하라는 걸까? 콜드 리더의 리딩은 계속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거나... 그런 식으로 상대의 파동을 감지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이것도 셀렉티브 메모리 효과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하루에 5만 개의 '생각'이 떠오른다고 한다. 우리는 특별한 의도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사람 저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리고 대개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을 생각했다는 것조차 잊어버린다. 그런데 우연히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강렬하게 그 인상이 남아.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올 것을 예지 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정말로 상대의 파동을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일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을 생각했더니 그 사람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이다. 당신한테도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리딩은 누구에게든 명중한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당신에게는 영적인 힘이 있다'는 경험이 리딩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에게도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으면 그 상담자는 콜드 리더의 영적인 리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해서 콜드리더는 상담자를 다잉에 참가시킨다. 사소해 보이지만 원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늘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상사의 사소한 한마디에 일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애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 백 년의 사랑도 차갑게 식어버린다.
숙련된 콜드리더는 이 '사소한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단지 속는 사람이 모를 뿐이다.
최면요법과 콜드리딩
콜드리딩의 테크닉은 최면요법의 기법과 매우 비슷하다. 콜드리딩의 테크닉을 최면요법식으로 표현하면 '마음을 열기 위한 간접 암시'라고 할 수 있는데, 최면요법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해 상대의 심리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상담 의뢰인을 최면상태로 유도한다고 하자. 고전적인 최면요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직접적으로 명련한다.
"당신은 최면에 빠져듭니다" 그러나 현대의 최면요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말한다.
"최면에 들면 당신은 보호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또 안심하게 되며 기분이 편안해집니다."
이 말은 상담 의뢰인에게 명령으로 들리지 않는다. '최면에 들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상대의 마음은 다음과 같이 유도된다.
'보호받는 느낌을 받고 안심하게 된다고? 거기에다가 기분까지 편안해진다는...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래, 최면에 빠지면 되는 거야'
이런 방법을 통해 의뢰인은 누구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최면상태에 빠지게 된다. 다른 사람의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말이나 저항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방법을 '간접 암시' 또는 '회화적 최면 유도' 기법이라고 한다. 이 기법은 앞에서 설명한 콜드리딩의 원리와 같다. '보호받는 느낌, 안심할 수 있는 편한 기분을 느끼고 싶으면 ㅗ치면에 걸리면 됩니다'하고 말했다면 어떨까? 완전히 뉘앙스가 다르다. 명령하는 식이 되어버리고 만다. 상담자는 '하지만 어떻게 해야 최면에 걸릴 수 있는지 모른다'라고 느낄 것이다.
예를 들어 '잠을 자야 한다'라고 생각할수록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것처럼 최면도 의식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명령이 아닌 상담자 자신이 '최면에 들면 되는 거야' 하고 간접적으로 공상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면 무리 없이 최면상태가 될 수 있다.
콜드리딩에서도 마찬가지고 '애정이 많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으면 마음을 여세요' 하고 말하면 상담자는 마음을 열기는커녕 오히려 반발할 것이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명령하듯이 말하기보다 다음과 같이 유도해야 한다. '내게 아직 갭라되지 않은 그런 장점이 있구나... 그걸 썩히는 건 아까운 일이지... 어떻게 하면 그걸 활용할 수 있을까? 그래, 마음을 열면 되는 거야' 하는 공상이 상담자의 마음속에 펼쳐지도록 유도하면 상담자는 콜드리딩에 대해서 상당히 긍정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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