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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셀렉티브 메모리 인간은 사실이 아니라 인상을 기억한다

by 뚱2님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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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속기 쉽다?

고등학생 때 한 여학생을 좋아했다. 내 마음을 빼앗은 그 여학생의 생일은 1월 23일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디지털 손목시계를 차고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시계를 볼 때마다 꼭 1과 2와 3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숫자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다. 1시 23분, 12시 3분, 3시 21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왜 시계를 보면 꼭 1,2,3의 타이밍이 정확히 맞는 걸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우연이 아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여겼다. 어떤 계시라고까지 생각했다.

 

당신이 그렇듯이 나도 지금은 웃을 수 있다. 그 당시 나의 심리는 억조라도 그녀와 자신을 관련짓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사랑을 하는 상황이 아니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에 속을 리 없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시계를 본다. 무의식적으로 시계 쪽으로 눈을 돌린다. 만일 시곗바늘이 5시 45분을 가리켰다면 나는 시계를 봤다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소 잊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연히 1시 23분이었거나 3시 21분이었다면 그 완벽한 조합은 내 의식에 강렬하게 어필한다. 이후에 다시 생각할 때 '시계를 봤을 때 꼭 1과 2와 3의 조합이었다!' 하고 믿게 되는 것이다.

 

셀렉티브 메모리란?

이 원리를 '셀렉티브 메모리' 라고 한다. 의식에 강하게 어필한 기억만 남고, 그 밖의 상관없는 것들은 그것을 보거나 들은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잠재의식에는 남아 있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문장으로 읽으면 콜드리딩의 테크닉이 그다지 효과가 있다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리딩을 받으면 '다 맞는다!' 하고 믿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알아맞힌 것만 강하게 의식에 남고 그 밖의 것은 잊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셀렉티브 메모리가 일으키는 짓이다.

 

그래서 콜드리더들은 자신의 리딩이 녹음되는 것을 싫어한다. 나중에 다시 들었을 때 '뭐야, 이런 말도 했었어?' 하고 상담자가 콜드 리더의 실수를 떠올리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앞에서 살펴본 전형적인 콜드리딩 사례에서도 콜드 리더는 몇 가지 포인트를 빗맞히고 있다. '당신은 음악을 한다.' '철수는 영업을 한다', '철수는 당신의 꿈에 반대한다.' 하는 점에 대해서는 명확히 리딩에서 실수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후에 생각하면 그러한 실수는 의식에서 사라지고 알아맞혔다는 인상만 떠오른다. 사람은 사실을 기억하기보다는 인상을 기억한다. 리딩에서 들은 말이 적중했다는 인상이 강하면 강할수록 빗나간 리딩은 잊어버리기 쉽게 마련이다.

 

당신의 기억은 정확합니까?

설마 '사람의 기억이 그렇게 엉터리일까?'하고 당신은 생각할 것이다. 그럼 한번 간단히 실험해 보자. 어제 당신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자. 지금부터 그 사람들 중에서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눴을 때의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동료든 애인이든 가족이든 상관없다. 그 살 마을 만났을 때의 주위 상황을 떠올린다. 어떤 장소였을까? 근처에 뭐가 있었을까? 물론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머릿속에 떠올리 때 그 영상 속에서 당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다. 영상 속에 자신이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해, 당신은 제삼자의 시점에서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자. 그 기억이 정확하다면 당신은 '내 시선에서 본 영상'으로 떠올릴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프레임에 들어 있을 리 없다. 그런데도 '내가 그 안에 있는 영상'을 떠올린다는 것은, 당신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그 기억은 가공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확실하다고 믿었던 당신의 기억도 조금은 의심스러워지지 않을까? 기억하고 있는 일이 정말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즉 기억은 '가공'된 상태에서 재생된다. 그리고 셀렉티브 메모리가 그 가공에 영향을 준다.

 

콜드리더는콜드 리더는 이 셀렉티브 메모리를 크게 신뢰할 뿐만 아니라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리딩을 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80퍼센트 정도의 실수를 했어도 상담자를 경악시킬 20퍼센트를 알아맞히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실에는 80퍼센트의 리딩, 즉 대부분의 리딩이 빗나갔다고 해도 상담자의 마음속에는 '콕 집어 알아 마힌다!'는 인상만이 남는다. 콜드 리더는 그 20퍼센트를 어떻게 연출하는가에 에너지를 쏟는다.

 

최면술과 셀렉티브 메모리

텔레비전에 자주 등장하는 최면술 쇼에서도 셀렉티브 메모리의 원리를 사용한다. 최면술 쇼에서는 물을 마시고 취하기도 하고, 양파를 사과라며 맛있게 먹기도 한다. 또 그저그런 평범한 남성을 꽃미남이라며 좋아하기도 한다.

 

최면술을 공부한 적이 없는 사람이 보면 정말이지 마법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최면술 쇼는 절대 사기가 인다. 이처럼 암시에 크게 반응하는 사람도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면술사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정도의 최면술에는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떤 최면술사든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든 확실하게 최면술을 걸 수 있다.'고 입으로는 말할지 모르지만, 그것도 쇼 연출의 일부일 뿐이다. 정말 그런 말을 믿는 최면술사는 한 명도 없다.

 

따라서 암시에 높은 반응을 보이는 일부의 사람들을 선택해 쇼를 하게 된다. 그 시점에서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게 한다. 서서히 고도의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수가 줄어들고, 마지막에는 암시 반응이 매우 높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무대에 남게 된다. 이렇게 해서 진짜 쇼가 시작되는 것이다.

 

쇼가 시작되면 쇼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면술사가 말하는 대로 행동한다. 주위 여성이 전부 벌거벗은 채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얼굴이 새빨개지고, 닭이 되었다고 믿고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기도 한다. 그런 신기한 광경에 압도되어 관객들은 '조금 전 많은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갔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정말 최면술에 걸려서 신기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이 눈으로 봤다. 그 사람은 대단한 최면술사다.' 하는 인상만 남는다. 최면술사는 관객의 마음속에 그러한 셀렉티브 메모리가 작용하도록 쇼를 연출한다. 사실보다 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최면술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녹화방송일 경우에도 최면술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재미없는 영상은 편집에서 다 잘라버린다. 결국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시청자로서는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볼 기회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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